오프더레코드와 엠바고 그리고 사전보도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후쿠다 총리를 폄하하는 발언을 보도한 기자가 '청와대 2개월 출입정지'의 징계를 받았다. 청와대 쪽에서 오프더레코드를 요청했지만 이를 무시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말들이 많다. 일각에선 '그럼 이동관 결재 맡고 기사써야되냐?'라는 말까지 나온다. 네티즌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언론통제, 사전검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소스가 취재 후 보도화를 원치 않아 요청하는 오프더레코드. 사실을 전달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있는 기자들의 입장은 참으로 난처하다. 이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 삼성 비자금 사태로 시끄럽던 시절 보여주었던 이동관 대변인의 ☞ 엠바고 사건 역시 언론제재라는 측면에서 이번 일과 그 맥을 같이한다.(동영상은 Youtube로 망명가고 담당기자는 최근 징계심의 대상자가 됐다) 사실을 보도해야하는 사명이 우선일까? 아니면 취재원을 보호해야 할 직업윤리가 먼저일까? 정말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쉽게 생각하면 사실보도가 먼저라고 생각하겠지만 베이징 개막식을 사전보도한 SBS가 국내는 물론 국제적 비난을 받은 사실을 상기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주제파악도 안된 청와대
그렇다면 이번 청와대가 오프더레코드요청을 저버린 기자에게 내린 출입정지 처분은 어떻게 봐야할까? 마땅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도하다 못해 잘못된 처분이다. 오프더레코드도 그렇고 엠바고도 그렇고 사실 의무는 아니다. 단지 취재원의 편의를 위한 암묵적 배려다. 안 지켜도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그리 비난 받을 대상의 것은 아니다. 특히 그 상대가 정부기관이거나 대통령이라면 더 말할 것도없다. 언론시사로 유주얼서스펙트를 본 기자가 영화리뷰를 쓰면서 카이저소제니 절름발이니 떠벌이면 문제가 된다. 하지만 대통령이 한 발언에 오프더레코드로 자물쇠를 채우고 청와대의 공식입장에 엠바고를 거는건 어떻게 봐도 말이 안된다. 그들은 누구보다 투명해야 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엠바고나 오프더레코드 자체가 취재 편의주의와 알권리 침해를 한다는 이유로 언론계에서도 지속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프더레코드 만세, 엠바고 만세>

오늘 세종로 방통위원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이런말을 했다. '각종 규제를 풀어서 세계수준의 미디어를 만들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이다. 물론 업종에 대한 법률적 자유도 중요하겠지... 하지만 그보다 더 앞서야 될 건 보도의 자유다. 대통령의 이어지는 발언은 언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인터넷을 통한 불건전 정보 유통을 줄여야 한다. 정보전염병 차단에 적극 노력해라'. 이 한마디가 오프더레코드 요청을 거절한 기자에게 징계를 내릴 수 있는 청와대의 수준을 대변해준다. 지난 7월 1급수 어종이 살고 있는 북악산이 오염되고 있다는 뉴스를 들었다. 부정과 비판을 구분못하는 편협함이 맑고 깨끗한 청와대 뒷산을 뒤덮어 그런건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by 방필수 | 2008/09/04 14:50 | 사회를향한강속구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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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alcolmx at 2008/09/05 09:15
세계수준의 미디어를 만들 여건을 조성하는게 코드인사군요.. 최고!
Commented by 방필수 at 2008/09/05 13:25
세계수준의 미디어가 아니라 세계수준의 메가폰을 말하는 듯 합니다. 안타까울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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