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씨의 칼럼을 보다.

오세훈 시장, 당신이 네로 황제인가?

이명박 대통령의 후임자로 그에 못지않은 불도저 근성을 보여준 오세훈 서울시장. 경복궁 중앙도로를 녹지로 개발, 동대문 운동장에 디자인 파크 건설, 동대문 고가차로 철거, 한강에 수상택시를 띄우는 오세훈 시장의 심시티는 이명박의 그것보다 한 단계 발전된 형태다. 청계천을 복원하고 대운하를 외치는 이명박의 심시티가 '멥 에디터'라면, 오세훈 시장은 드디어 본게임의 심시티를 즐기고 있는 본격 '플레이어'인 것이다. 그런 그가 이번엔 자신의 본진에 삽을 들이댔다. 디자인 서울을 외치며 서울시청의 철거를 시작한 것이다. 분명 문제는 문제다. 매일 서울땅을 밟고 살고 있지만 서울시청이 철거된다는 사실은 건물에 노란삽을 들이댄 다음 들었다. 내가 관심이 없는 탓일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 성급하게 진행된다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

'88만원세대'와 '촌놈들의 제국주의'의 저자 우석훈씨가 이번 사태를 맞아 펜을 들었다. 평소 좋아하는 분의 글이라 지나칠 수 없었다. 역시 부러울 정도로 깔끔한 글이다. 하지만 뭔가가 어색했다. 램페이지 대마왕 네로와 오세훈시장을 나란히 새운 재치는 역시 그의 것이었지만, 남대문 화재를 서울시청 철거와 비교하는 부분은 의아했다. 서울시청의 문화재적 가치가 없다는 건 아니지만 MB와 광인의 합작으로 승화된 숭례문에 비할 바는 아니지 않는가?

지난날 철거 된 건물국립중앙박물관(구 중앙청)과 함께 대표적인 일제 잔존건축물인 서울시청(구 경성부청)의 철거에 과연 그만한 가치를 부여해야하는지 조금 의문이다.

차라리 중앙청의 예를 들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일제가 새운 경성감옥(현 서대문 형무소)이 지금도 남아 민족혼을 고취시키는 박물관으로써 역할을 담당한다는 정도의 예였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부다페스트 고적에 대한 이야기로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충분히 전달됐다. 굳이 숭례문을 언급하지 않으셨더라도 말이다.

써놓고 보니까 뭔가 괜시리 말꼬리 붙잡은 기분이 들긴하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서울시청과 숭례문의 문화재적 가치가 나라비(ならび, 줄서기)되는 건 조금 많이 어색하고 불쾌하다.


by 방필수 | 2008/08/28 15:17 | 사회를향한강속구 | 트랙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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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본가에 못가는 포스팅을.. at 2008/08/28 16:23

제목 : 서울시 청사에 대한 기사 몇개를 내 맘대로 조합해 ..
우석훈씨의 칼럼을 보다.청사 해체는 이미 2006년 시작되었다.http://news.empas.com/show.tsp/cp_ch/20060220n00309/?kw=%BC%AD%BF%EF%BD%C3%20%3Cb%3E%26%3C%2Fb%3E%20%C3%BB%BB%E7%20%3Cb%3E%26%3C%2Fb%3E↑2006년 2월 20일 조선일보 기사계획이 나온 것은 그보다 더 오래전의 일이었고 62년과 86년에 증축된 신건물이 먼저 해체되었다.구 청사는......more

Commented by zizi at 2008/08/28 15:34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 없는 일인지는 애진작에 전문가들이 고민해서 결론을 냈어야 맞는 얘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남은 시간 안에 얼른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싶어서 안달복달하는 오세훈 시장은 그렇다치고, 삽들고 나니 아차차해서 낼름 '가지정'안을 내놓은 문화재위원회는 대체 무슨 일들을 하시느라고 그렇게 바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네로황제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고 더 가깝고 적절한 예를 찾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Commented by 방필수 at 2008/08/28 18:30
댓글 감사합니다. 숭례문 예를 든게 좀 의아해서 끄적여봤습니다.
Commented by zizi at 2008/08/28 19:27
다시 보니 부분적으로 제가 글을 잘못 읽었군요. 좀 황당하셨을 듯; 죄송합니다.
Commented by 방필수 at 2008/08/28 19:33
죄송이라뇨. 이제라도 의미가 통했으면 ok입니다. ^^
Commented by 다비 at 2008/08/28 16:29
숭례문이 귀한집 아가씨면 시청은 그냥 아이라고 쳐도 이명박이 무단 개방하고 경비 안 세운건 방임이나 과실치사고 오세훈이 시청 갖다 민건 계획살인이거든요.
Commented by 방필수 at 2008/08/28 18:30
이명박과 오세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숭례문과 서울시청에 대한 이야기라고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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