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와 '우리 결혼했어요'를 바라보는 나의 자세

최근 '우리결혼했어요(이하 우결)'라는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장안에 화재가 되고있다. 그 인기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다.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가 나와서라든지 ('몰래카메라'류가 다 가지고 있는)내밀한 관음의 욕구에 대한 충족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각기 다른 캐릭터의 스타들이 연기하는 가상 결혼생활이 현실의 그것을 어느정도 담아내고 있다는 이유와 출연자들의 리얼한 연기(?)가 이 프로그램이 인기있는 가장 큰 이유다. 나부터도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저런 상황에서 나는 누구와 가장 비숫하지?'라며 쉽게 몰입하고 만다. 주변사람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연하남을 만나고 있는 내 친구는 '황보-김현중'커플의 등장이 그렇게 반갑더란다. 대리만족과 시행착오를 위한 시뮬레이션 제공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우결이 인기가 좋은건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하다.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제로 오르내린다. '알렉스가 화분을 살려왔어 너무 로멘틱하지 않니?', '현중이 몸매 좋더라', '이휘재 주름 어쩔꺼야 ㅎㅎ' 등등 출연자들의 행동이나 외모를 비롯해 그 들이 하는 모든 이벤트, 선물등은 단연 이슈다. 최근 한 기사에 따르면 우결에 나온 가수들의 노래가 가요차트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우결의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우결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자 우결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장 많은 지적은 역시 출연자들의 진심과 연기의 경계가 모호 하다는 점이다.

인기비결이기도 하고 비난의 포인트가 되기도하는 진실과 가상의 혼재. 버라이어티쇼를 즐겨보는 사람들은 이런 지적에 대해 '거짓인거 아는데 뭘 그런것 가지고 그러냐'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이 의견에 동감한다. 하지만 내가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버라이어티쇼에 대한 갑론을박이 아니기에 이 논의는 더 이상 진전 시키지 않겠다. 기회가 된다면 이 이야기는 차후에 다시 다뤄보고자 한다.

본궤도로 돌아와 경계의 모호성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사람들의 논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기만에 대한 분노'라는 키워드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 허지웅씨가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환상'이라는 제목의 포스트를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했다. 다음은 해당포스트의 발췌 부분이다.

『솔비가 울면서 카메라를 보고 말했다. “오빠는 남자였어요. 좋아진 것 같아요. 이 프로그램이 무서워요. 무서운 프로그램이에요.” 혼란스럽다. 프로그램이 무섭다고 털어놓은 짧은 순간, <우리 결혼했어요>의 존재감은 가상을 벗어나 비로소 현실의 수면 위로 끄집어내졌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리얼리티를 강조하지만 정작 진짜 현실이 되는 순간은 스스로 가짜고 연출임을 드러낼 때 찾아왔다.
<중략>
솔비의 눈물은 <우리 결혼했어요>, 그리고 나아가 리얼리티 쇼의 딜레마를 환기시킨다. 사람들은 진심을 가장하는 가상현실에 쉽게 열광한다. 그러나 흉내의 폭과 두께가 조금만 뒤틀리면 역시나 쉽게 분노한다. 속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앤솔커플의 반지 분실 사건>

개인의 의견을 담은 포스트이지만 '이오공감'에 갈 정도로 공감을 얻었다. -물론 반대의견도 있었다. '말 그대로 쇼인데 그냥 이해하자'라는 의견이었다. 지금와서 자수하지만 나도 그가 일전에 쓴 동류의 글에 리얼버라이어티를 옹호하는 투의 리플을 달았었다. 그 글에도 나와같은 의견을 가진 분들은 상당수 있었다. 이번글 역시 나와 같은 의견의 리플을 찾는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환상'에 달린 댓글 中>

분명 리얼버라이어티쇼는 시청자를 '기만'하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장르명부터가 석연찮다. '쇼'와 '리얼'이라는 단어가 병렬하고 있다는 사실은 조금 비약해 보면 '너희들(시청자들)에게 사기를 칠 생각이다'라는 선전포고 정도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글을 제대로 읽어주신분들이라면 내 태도에 뭔가 모순을 느낄것이다. '이 자식 아까는 리얼버라이어티쇼를 옹호하는 리플을 달았다더니 지금은 리얼버라이어티를 기만이라며 까고 있네'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제 글을 제대로 읽어주신 분이다. (리플에 주소를 달아주시기 바란다. 감사의 선물을 보내드릴테다.ㅎㅎ)

이제 가만히 생각해보자 리얼버라이어티쇼를 옹호하는 나와 리얼버라이어티쇼를 까는 나 사이에는 어떤 생각의 블랙박스가 있을까? 어떤 생각의 메커니즘이 나를 모순된 인간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생각의 블랙박스는 현실 '정치'다.

현실정치는 그야말로 각종 기만의 버라이어티다. 하지만 그들은 그 사실을 인지할수도, 인정하지도 않는다. 입으로는 국민들을 말하지만 마음 한켠엔 국민은 귀찮은 객식구일 뿐이다. 1%가 살고있는 대한민국에 꼽사리 껴서 살고 있는 99%의 객식구. 아마도 그들이 말하는 국민은 그런 존재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국민 80%가 반대하는 정책에 뒤도 안돌아보고 싸인을 휘갈길 수 있겠는가? 그러다보니 조삼모사는 그들의 전략이요 종교다. '한반도 대운하'는 '물잇기'로 '의료보험 민영화'는 '의료보험 선진화'로 그 이름만 바꾼채 여전히 진행중이다.

<그들은 때론 고개를 숙이기도 한다...>

<때론 국민들을 찾아 걱정하는 모습도 보인다... e.g) 시장방문. 양로원방문>

<하지만 결국은 기득 집단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기득권을 대변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촛불을 들기도 한다. 
마치 흑인이 랩으로 백인을 찬양하는 모습을 볼때와 같은 수준의 위화감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비단 작명정책 뿐이겠는가 그들은 사실보도의 임무를 맡고 있는 언론조차도 마음대로 요리한다. 삼성비자금 사건 때 엠바고 조작으로 물의를 일으킨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일화는 아직도 심심찮게 회자되고있다.

<엠바고 장인 무형문화재 이동관 옹>

얼마 전에 포스팅한 ☞'나는야 버스 타는 소년 정몽준'에서도 언급한 정몽준의원의 행동 역시 일맥상통한다. 정치경력이 비교적 적은 정몽준같은 분도 저러는데 소위 말하는 '정치 9단'들은 어떨까? 그리고 언론의 사각지대에서는 어떤 기만과 술책들이 만들어 지고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이보다 더 한 것들이 아무 가책이나 거리낌없이 만들어지고 또 행해질 것이다. 근거없는 비관이라기엔 지금까지 우리가 당해온 일에 대한 트라우마가 너무도 깊고 또렸하다.

이런 현실정치 위에서 매일같이 놀아나는게 일인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나마 웃음이라도 주는 리얼버라이어티쇼의 '기만'은 청량감 마저 돈다. 갑작스럽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느끼고 있다. 좀 달리 표현하면 귀엽다라고 할까? 물론 TV라는 매체가 갖는 파급력이 대단하기에 방송은 최대한 거짓없는 사실성을 유지하려고 애써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한국 사회 자체가 리얼리티와 판타지를 주는 쇼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한다”는 연대 황상민 교수의 말에도 동의한다. 그래도 '쇼'라는 가치아래서 움직이는 그들이 난 그리 밉지 않다.

결국 한국정치는 나에게 어느정도 기만에 대한 관용을 제공 했는지도 모르겠다. 원론적인 정의에서 조금은 벗어난 변칙적 정의와 그에 따른 자기 합리화라는 모순을 말이다. 현실정치에서 진실이 살아나고 쇼에서는 판타지가 살아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지만 지금 세상은 조금 거꾸로 달리고 있는 듯하다. 이 달리기는 관성으로 인해 그 방향성을 한동안 유지할 듯하다. 어떠한 계기나 방향전환의 모멘텀이 없다는 이 관성은 영원히 유지될지도 모른다.




by 방필수 | 2008/07/14 11:50 | 사회를향한강속구 | 트랙백(2) | 핑백(1)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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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장미목 딸기의 초록잎 at 2008/07/16 00:36

제목 : "우리 결혼했어요."의 설정오류, 시청자 주의 필요
요즘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방송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기본 설정은 두 스타가 결혼했다는 설정으로 시작해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을 보여주는 것입니다.리얼 버라이어티를 걸고 방송되고 있는 "무한도전"이나 "1박2일"은 기본 설정 자체가 거의 없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결혼했어요"의 경우 결혼이라는 큰 설정을 가지고 있고, 그 설정이 시청자와 직접 연관 됩니다. 프로그램 내에서 일어나는 상황......more

Tracked from 진리의 길 at 2008/07/16 10:23

제목 : [연예] 우리결혼했어요 - 현대판 아이들은 왜곡된 ..
선생님 저 여친생겼어요 한 2주쯤 되었나보다. 교회 주일학교에서 초등학교 6학년생 아이들을 맡아 지도하는데 치훈이라는 한 남자 아이가 핸드폰을 들이밀면서 "선생님, 저 여친 생겼어요."라고 다짜고짜 말하는 것이 아닌가. 뭐 요즘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빨리 성숙하는 시대라고 생각은 했지만 초등학생이 여자친구 운운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괜시리 걱정이 되었다. '저 아이가 연예와 결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서 저런 말을 하는 걸까?'하는 궁금증도 생......more

Linked at 세상을 향한 강속구 : 오프 .. at 2008/09/04 14:50

... 드. 사실을 전달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있는 기자들의 입장은 참으로 난처하다. 이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 삼성 비자금 사태로 시끄럽던 시절 보여주었던 이동관 대변인의 엠바고 사건 역시 언론제재라는 측면에서 이번 일과 그 맥을 같이한다. 사실을 보도해야하는 사명이 우선일까? 아니면 취재원을 보호해야 할 직업윤리가 먼저일까? 정말 고민 ... more

Commented by 미친과학자 at 2008/07/14 12:08
"엠바고 장인"에서 격뿜
Commented by 방필수 at 2008/07/14 13:13
제 글이 작은 즐거움이라도 드렸다니 다행이네요~ ㅎㅎ 미과님 포스트 재밌게 보고있습니다. ㅎㅎ
Commented at 2008/07/14 14:2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방필수 at 2008/07/14 14:34
아이고 감사합니다. 이놈의 무식함은 어디가나 문제입니다. ㅎㅎ
Commented by procol at 2008/07/14 14:23
<그들은 국민과 함께 행동하기도 한다...> 흐... 그때 같이 했던 국민들은 매우 '소수'였죠. 사학재단 소유자과 동조자들... 잘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방필수 at 2008/07/14 14:47
맞습니다. 그때도 소수의 기득권과 함께 하기 위해서였죠. 사진의 선정에 미스가 있긴 했습니다. 하고 싶었던 말은 그들의 기만적인 행동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양로원 방문 사진 한방 추가합니다. 그리고 그 사진 캡션도 뭔가 산뜻한걸로 수정해보겠습니다. 지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방필수 at 2008/07/14 14:49
도저히 생각이 안나 지워 버렸습니다. OTL
Commented at 2008/07/14 15:1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방필수 at 2008/07/14 15:30
그러면 안되는 정치를 그렇게 인식하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흐르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안타깝다는 말로밖에 표현이 안됩니다. ㅡㅜ
Commented by 메구 at 2008/07/14 15:59
으하하하하하하~
엠바고 장인에서 대뿜하고 갑니다.
리얼쇼...니 뭐니 해도 거기서 무언가를 찾아내고 읽는 것은 각자의 몫이겠죠. ^^;;;
제 동생은 기만적이고 작위적인 그 설정부터가 비겁해서 싫다...며 절대 안보고
저는 '애초에 남셋여셋 혹은 논스톱 같은 시트콤하고 차이가 없어서 즐거움'이라며 즐기고
다른 사람들도 저와 제 동생과 큰 차이 없을거라고 봐요.
사실 전 시트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이라는 생각으로 봐서 그런거
우결때문에 나오는 논란들이 신기하고 그래요. ^^;;;;;;;;;;;;;;

아무튼... 엠바고 장인.. 이거 어디다가 써먹고 싶어질 정네요. 으하하하하~
Commented by 방필수 at 2008/07/14 16:27
아~ 기분좋네요~ 남을 웃겨드린다는건 ㅎㅎ 이런거에 맛들이면 안되는데 말이죠. ^^ 메구님이나 동생분이나 모두 맞습니다. 기호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인거니까요.
Commented by 타누키 at 2008/07/14 16:43
두가지가 다른 건 결혼했어요의 출연진은 피디맘이지만 정치는 우리가 데려왔다는게 다르겠죠.
나는 안데려왔음 그러면 때릴꺼임 ㄲㄲ ㄷㄷ
Commented by 방필수 at 2008/07/14 16:55
때리지 마요. ◎,.◎
Commented by procol at 2008/07/14 20:32
헛, '지도'라는 단어를 쓰시다니... 사진 또는 그에 대한 설명이 부적합하다고 지적할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사진 설명도 수정하셨네요, 흐. 본의아니게 죄송스럽네요.
Commented by 방필수 at 2008/07/15 11:38
아닙니다. 블로그하면서 프로콜님을 포함해서 많은 분들한테 정말 많은 걸 배우고 있습니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죄송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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