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체포, '공포'라는 키워드를 각인 시킨 이번 사건

미네르바(추정)가 긴급체포 되었다. 그간 환율폭등, 주가급락 그리고 리만브라더스의 파산을 예고해서 아고라의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던 그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유명세를 치르게 된건 단순한 경제흐름 진단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가 일차 절필을 선언하기 전 글들을 보면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당시 MB정부에 심각한 염증과 불만을 느끼던 국민들은 그의 글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가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을 즈음에도 그에 대한 비판은 있었다. 특히 증권사 애널들은 '자신들도 예측하고 있었던 수준의 정보'라며 그를 시기했었다. 그러면서 여론의 미네르바 띄워주기에 못내 불편해 했다. 그들의 말처럼 그들은 미네르바와 같은 수준, 아니 더 높은 수준의 애널을 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침묵했다. 하지만 미네르바는 여과없이 키보드로 자신의 예측을 쏟아내었다. 그의 글에 네티즌들은 몰려들었고 어느새 그는 사이버 경제대통령이라는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물론 일부이긴 하지만 경제학자와 실무 애널들 역시 격찬을 마지않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배알이 뒤틀리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글에서 바보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헤로데, 강만수 장관이 바로 그다.

갑자기 왠 자충수?
미네르바가 의도했던 아니던 이미 여론은 그를 강만수 장관의 라이벌로 인식하고 있었다. 급기야 정부가 미네르바 색출을 시작했다는 설이 돌기 시작했다. 당시 정부와 언론은 미네르바를 잡기위해 혈안이 되어있었다. 그러면서 신동아에 그의 인터뷰가 실리고 그의 정체가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다른 언론사들도 점점 꼬리를 잡기 시작했다. 단서에 단서를 더한 그의 정체는 5~60대로 외국 체류 경험이 있으며 외국계증권사에서 근무하다 서울지사에서 은퇴한 증권맨이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그는 자신의 정체가 세간의 관심이 되자. 살해위협과 정부의 압박을 이유로 거듭 절필을 선언하였다. 하지만 그의 절필 선언은 한달을 못넘기고 번번히 번복되었다. 결국엔 강만수 장관에 대한 사과가 올라왔고, 자신을 외환위기의 공범이라고 밝히는 자성의 글이 올라왔다. 그리고 지난 12월29일, '주요 7대 금융회사와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 달러 매수를 금지할 것을 권하는 긴급 공문을 전송했다'라는 내용의 글을 다음 아고라에 게제했다. 이 글은 아고라는 물론 각 언론사의 기사에도 인용되었다. 물론 정부의 귀에도 들어갔다. 기획재정부는 이 공문에 대한 내용은 사실무근이라며 강력 대응하겠다고 신이났다. 실상 정부는 꽤 전 부터 미네르바를 이 법으로 엮어 넣을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게 허위사실이면 공중파나와서 코스피 3000간다는 이명박도 구속하라'는 반대의 목소리와 여론탄압이라는 시선 덕(?)에 손가락만 빨고있었다. 그러던 중 때마침 미네르바가 알아서 자충수를 둬주었으니 이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결국 미네르바는 긴급체포되었다.

과연 진짜 미네르바 인가?
검찰의 발표에 따르면 전자통신사업법위반이란다. 미네르바는 사업자가 아니다. 어떻게든 죄명을 목에걸어 줘야했던 검찰이 꽤나 급했나보다. 아무튼 미네르바는 전기통신기본법, 정보통신망법에 '허위사실' 유포로 처벌이 가능하단다. 7년 이하의 징역이다. 그러면서 언론들은 그의 정체를 까발리기 시작한다. 그는 공고와 전문대를 졸업한 30대 백수란다. 잠시 삼천포로 빠져보자. 만약 이말이 사실이라면 이분 꽤 천재스럽다. 경제학은 배운적도 없단다. 이건 뭐 굿윌헌팅이 따로없다.

<로빈윌리엄스교수도 못푼 아이템풀 1월 2일자의 줄잇기 문제를 풀고있는 굿윌헌팅의 모습>

경제수업은 받은 적도 없는 사람의 글에 서울소재 모 대학의 교수는 꼭 한번 만나보고 싶은 인물 이라며 그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정체가 밝혀지기 전 애널들 조차 칭찬했던 통찰력을 가진 그다. 이런 그가 백수란다. 그가 이렇게 손이 하얗게 된데에는 증권사라는 곳이 워낙 껍데기를 중시하는 곳이다보니 학벌이 가장 크게 좌우 했으리라. 우리사회의 명암을 조금 다른각도에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뭐 다른 곳에 취직하면 되지 않냐고 말씀하신 다면 일단 할 말은 없지만 그릇된 교육이 인재를 묻고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을 듯하다.

이건 어디까지나 지금 체포된 그가 진짜 미네르바라는 가정하에 하는 얘기다. 앞으론 왠지 음모론이 될 것 같아 조금만 더 덧붙여 보면 지금까지의 미네르바의 글들은 알려진 사실이나 지표분석과 경제이론을 베이스로 쓰여졌다. 하지만 절필을 선언한 뒤에 쏟아져 나온 글들은 뭔가 이상했다. 특히 마지막 글은 상당히 이상하다. 협박과 정부의 압박으로 절필을 선언한 사람이 올린 글이라고 보기에는 상당히 석연찮다. 정부의 뻔히 예상되는 반박에 대응도 못할 내용을 언급했다는 자체가 이건 뭔가 있다라는 생각 밖에 안든다.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해도 이건 흐름이 너무 안좋다.

'공포'라는 키워드를 각인 시킨 이번 사건
이 사건은 팩트의 문제도 매우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당위성의 문제다. 과연 그의 긴급체포가 정당하냐는 것이다. 지금의 미네르바는 누가보더라도 '시범케이스'다. 본보기라는 말이다. 공안정국을 부활시킨 MB정부의 통치 키워드는 다름 아닌 '공포'다. 이번 미네르바의 긴급 체포는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겨우 납득이 가능하다. 이번 미네르바 사태로 정부의 대국민 마인드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섬김의 정부는 그저 트렌드를 쫒아 듣기 좋은말이나 지껄여 보려는 저질 CEO 마인드에서 비롯된 슬로건에 불과했다. 그들에게 국민은 섬김이 아닌 계몽과 통제의 대상이다.

<미네르바 체포 소식을 듣고 가장 떨고 있을 3인방>

지금 여기저기서 미네르바를 까대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더불어 지금까지 그를 동조하던 사람들은 더 없는 x병신으로 취급받고 있다. 자연스럽게 네티즌과 여론의 저열성 논란이 일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이 여기 있다. 기득권 층이 여론을 더욱 천시할 거란 점이다. 정보통신의 발달, 특히 인터넷의 발달은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정치 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쉽고 빠르게 여론을 수집할 수 있는 인터넷은 효율성을 이유로 선택된 대의민주주의의 보완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익명성의 폐해라는 점 때문에 인터넷 여론을 여론의 범주에 넣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논란이 되어왔던게 사실이다. 이번 사태로 인터넷 여론이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면 그건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수 없다. 안 그래도 자신들의 정책에 반대하면 무지랭이 좌빨로 몰아넣는 레토닉을 가진 그들인데 이번 사건이 그들의 그릇된 사고에 확신을 더 해주지 않을까 염려된다. 지금 신이나서 '전문대'와 '무직'을 외쳐대는 보수언론들을 보고 있자면 아마도 나의 이런 염려는 현실이 될 듯 하다.

p.s 지금 미네르바를 까는 글들의 대부분이 '나는 네들처럼 병신이 아니라 그 사람 안 믿었어'라는 식이다. 내 기억으론 과거 미네르바의 경제예측이 대세로 추앙되던 당시 팩트베이스로 그의 글에 딴지를 거는 글은 가뭄에 콩나듯 했었다. 이 사실로 미루어보건데 지금 그를 까며 자신의 우월성을 뽑내는 것들 대부분이 남들이 맞다고 떠드는 건 일단 반대로 가야 쿨한거라는 단순한 발상의 소유자가 아닌가 싶다. 설사 미네르바가 전문대를 졸업한 30대 무직자라고 해도 그가 했던 전망들은 확실히 유효했다. 그는 어쩌면 국민들을 상대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받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p.s 2 근데 왜 미네르바 수사를 마약계에서 하는거지? 혹시 미네르바가 뽕 맞으면서 글 썼나? 이번 정부는 정말이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웃겨주는구나.



by 방필수 | 2009/01/09 10:10 | 사회를향한강속구 | 트랙백 | 핑백(1)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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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1/09 20:0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방필수 at 2009/01/10 02:15
그래~ 얀콘이는 회사 잘다니다 갑자기 왠 도피? 이 나라가 어지간히도 싫었나 보네 ㅎ
Commented by 루디안 at 2009/01/09 23:17
덧 2에 대해 // 마약계가 사이버범죄 수사도 함께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코메디인 건 변함이 없지만요...
덧 1에 대해 // 저는 미네르바가 대단한 인물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이번 정부 조치에는 결단코 반대합니다. 의사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두 가지만 생각해도 실정법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찾을 수 있으니까요..
미네르바 비판과 이번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비판은 좀 다른 문제가 아닐까요?
Commented by 방필수 at 2009/01/10 02:20
덧2에 대한 지적 감사합니다. 전혀 몰랐습니다.

덧1에 대해서는 본문에 긴급체포의 당위성을 논하며 어느정도 어느정도 언급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루디안님이 말씀하신대로 미네르바에 대한 평가는 차순위이자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문제는 그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미네르바가 미네르바 일 수 있었던 건 정부의 몫이 크다는 어느분의 말씀이 생각나는군요.
Commented by Fedaykin at 2009/01/09 23:27
ps2에 대해서.
찌라시나 사설 정보지 같은 정보조작에 기여하는걸 수사하는 담당부서가 마약조직범죄수사부에 속해있다고 합니다. 딱히 이번 정부가 이상해서 그런건 아니라네요.
Commented by 방필수 at 2009/01/10 02:23
몰라서 그러는데 예전부터 마약계가 그런걸 조사했던가요? 나름 사이버범죄수사대라는 전담팀이 있다고 알고있는데 그 팀은 인터넷 거래같은 민법상의 문제만을 다루는 건가요? 모르는게 많다보니 남들에겐 당연한 것도 저에겐 이상하게 보이는가 봅니다.
Commented by 미르 at 2009/01/09 23:30
구구절절 옳은 말이라... 트랙백해갑니다. ;; 이건 뭐 그냥 속이 사정없이 쓰려오네요. 대체 어쩌자는 거지.....
Commented by 방필수 at 2009/01/10 02:40
이번 미네르바 체포를 지켜보면서 나오는 건 한숨뿐이었습니다. 오늘 평소 존경하던 분과 점심식사를 함께하며 미네르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분은 미국에서 MBA와 법학박사를 취득하시고 국제변호사로 활동하시면서 국내에서는 경제칼럼니스트로 활동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위말하는 기득권에 가까우신 분이시죠. 시장경제를 지지하시고 평소 보수성향의 정치소신을 가지고 계십니다. 하지만 그 분 조차 이번 미네르바의 구속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비판하시더군요. 이번 정부가 좋아라하는 미국에서는 이런 일은 상상도 못한답니다. 굳이 이 분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이번 체포와 이어지는 영장청구가 얼토당토 않는 일이란 건 너무도 자명해 보입니다.
Commented by supavista at 2009/01/10 00:52
doc까면 사살 ㅠㅠ
Commented by 방필수 at 2009/01/10 02:41
스트리트 파이터 창열이횽이 있는한 정부나 한나라당 사람들도 길거리는 다닐텐데 함부러 못 까지않겠습니까? ㅎ
Commented by 구조 at 2009/01/10 01:04
전담 부서라든가 죄목이라든가 전부 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이유가 바로 아직 인터넷과 관련된 법 체계가 확실하게 잡힐 만큼 시간이 흐르지 않은 탓이겠죠. 뒤집어 본다면 그게 우리 세대가 챙겨야 할 숙제이기도 하고요.
Commented by 방필수 at 2009/01/10 02:43
무지로 인해 괜한 트집을 잡은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엄정해야 할 사법절차가 얼마나 허술하게 집행되어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생각도 한번 해봅니다.
Commented by 자그니 at 2009/01/10 13:40
원래 사이버쪽은 경찰이 주로 수사하지 검찰이 수사하지는 않았으니... 그냥 갖다맡긴 느낌입니다. 그나저나 DJ DOC, 이 정도 가지고 쫄까요... :)
Commented by 방필수 at 2009/01/10 21:50
집에오는길에 라디오에서 미네르바의 구속영장 발부 소식을 들었습니다. 여러가지 의미로 매우 씁쓸하더라구요. 요즘들어 사법부의 업무처리 속도가 상당히 기민해지는 것 같습니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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